거문고 알아보기

안녕하세요. 씽귤입니다.
선비의 악기, 거문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문고는 깊고 중후한 음색으로 한국의 전통 음악을 대표하는 현악기입니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중국 진나라의 칠현금을 개량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삼국사기』에 따르면 그는 이 악기로 백여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왕산악이 거문고를 연주하자 검은 학이 춤을 추었다는 전설도 전해지는데, 이로 인해 거문고는 한때 현학금(玄鶴琴)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검다'는 뜻의 ‘현(玄)’과 현악기를 의미하는 ‘고(琴)’가 합쳐져 ‘거문고’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서도 거문고와 유사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승과 더불어, 거문고의 기원에 대해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고구려의 대표 고분인 무용총 벽화에는 거문고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왕산악이 활동하기 이전 시기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 인해 일부 학자들은 거문고가 단순히 외래 악기를 개량한 것이 아니라, 이미 고구려에 존재하던 고유의 현악기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즉, 왕산악은 새로운 악기를 창조한 인물이라기보다, 기존 악기를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예술적·음악적으로 발전시킨 인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은 거문고가 중국 악기의 영향과 고구려 고유의 전통이 융합된 복합적 문화유산임을 보여줍니다.

구조와 음색

거문고는 줄을 뜯거나 술대로 튕겨서 연주하는 타현악기입니다. 공명통은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앞판은 오동나무, 뒷판은 밤나무를 사용합니다. 여섯 개의 줄명주실을 꼬아 만듭니다. 음높이는 총 16개의 괘(棵)로 조절하는데, 이 괘는 길고 네모난 모양이며, 가야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주자는 왼손으로 줄을 눌러 음을 조절하고, 오른손으로 술대(술대)를 이용해 줄을 튕겨 소리를 냅니다. 거문고의 소리는 웅장하고 깊이 있으며, 과거 선비들이 정신 수양의 도구로 삼을 정도로 고결한 음색을 지녔습니다.

신성한 악기에서 학자의 악기로

신라 시대 거문고는 신성한 악기로 여겨져 창고에 보관되었고, 이후 점차 일반인에게도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거문고는 문인과 선비들의 대표 악기가 되었고, 학문을 닦고 덕을 기르기 위한 수양의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은 연주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를 ‘금사심(琴思心)’이라 불렀습니다. 즉,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만 깊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독특한 연주법

거문고는 다른 국악기와는 다른 독특한 연주법을 사용합니다. 보통의 현악기는 손가락으로 줄을 퉁기지만, 거문고는 술대(작은 막대기)를 이용해 줄을 강하게 튕기거나 치면서 소리를 냅니다. 이로 인해 소리는 더욱 직선적이고 강렬한 음색을 가지게 됩니다. 왼손으로는 줄을 누르거나 밀어 미세한 음 변화를 주는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여, 합주 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현대의 거문고

오늘날 거문고는 전통 국악 연주뿐 아니라 창작국악과 퓨전 음악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깊고 묵직한 음색, 독특한 연주법은 세계 음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현대 연주자들은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통해 거문고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습니다. 거문고는 단순한 악기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 현행 거문고의 전신으로 보이는 현악기를 타고 있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