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씽귤입니다.
전라도 지역에서 불리는 「성주풀이」는 오랜 세월 전승된 남도민요로, 단순한 노래를 넘어 민간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무가(巫歌)의 성격을 지닌다. 이 노래는 본래 ‘성주굿’이라는 무속 의례에서 비롯되었으며, 가정의 평안, 건강, 번영을 기원하며 부르는 의례요였다. 특히 이사 후나 새 집에 정착했을 때, 집의 수호신인 성주왕신과 성주부인을 모시는 의식을 통해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곤 했다.
성주풀이의 후렴구는 전통적 민요 특유의 반복을 통해 절실한 염원을 강조한다.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대활연으로 설설이 나리소서”
이러한 후렴은 단순한 음률을 넘어, 신에게 길운과 축복을 간청하는 상징적 언어로 기능하며, 노래의 흐름을 점차 고조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가사에는 ‘경상도 안동 제비원’이 성주의 근원으로 등장하지만, 이것은 실제 지리적 출처보다는 성주신의 신성성과 권위를 부여하는 상징으로 보아야 한다. 곧, 성주신이 단일한 지방신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존재임을 드러내려는 표현이다.
또한 이 노래는 다양한 유형의 성주, 즉 기와집, 초가집, 공대 성주 등을 언급하면서 성주신이 어떤 집이라도 보호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소상강’, ‘동정호’, ‘낙락장송’, ‘쌍봉황’ 등은 문학적 상징이 풍부하게 사용된 구절들로, 노래가 단순한 생활 노래를 넘어 고전적 품격을 지닌 민요임을 보여준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성주풀이」는 남도 소리 특유의 굵고 느릿한 창법, 그리고 진양조나 중모리와 같은 장단 위에 펼쳐지는 서정적이고 장중한 선율이 두드러진다. 반복되는 후렴구는 무속 의례의 제의적 리듬감을 떠올리게 하며, 청춘의 허망함과 삶의 덧없음을 노래 속에 은근히 스며들게 한다. 동시에 삶을 즐기자는 해학적인 태도 또한 녹아 있다.
결국 「성주풀이」는 남도인의 삶과 신앙, 미의식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복합 예술이다. 이 노래는 민요이면서도 무가이고, 무속이면서도 문학이며, 그 안에 민중의 염원과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주요 가사 일부>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대활연으로 설설이 나리소서
놀고 놀고 놀아봅시다
아니 노지는 못허리라
성주야 성주로구나
성주 근본이 어디메뇨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에 솔씨 받아
봄동산에 던졌더니마는
그 솔이 점점 자라나서 황장목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