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늠이 뭐길래? 판소리의 창의력이 빛나는 순간

안녕하세요. 씽귤입니다.
알아두면 쏠쏠한 판소리  ‘설렁제’ 와  ‘더늠’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설렁제”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처음 듣는 단어라면 “설렁탕이랑 관계가 있나?” 싶기도 하겠지만, 오늘 소개할 설렁제는 바로 판소리의 창법 중 하나입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설렁제와 더늠은 우리 전통 음악의 매력을 깊이 느끼게 해주는 요소랍니다.

설렁설렁 불러서 설렁제?

‘설렁제’는 판소리 창법 중 하나입니다.
이 말은 소리꾼이 씩씩하게 소리를 내는 방식에서 유래했는데요, 특히 가마꾼이나 서민들이 힘차게 외치듯 부르던 모습을 흉내 낸 창법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기운차게 질러내고, 점차 가락을 내려가는 방식으로 이어지는데, 이런 방식이 설렁제입니다.
이 창법은 권삼득이라는 명창에 의해 전해졌다고 해서 ‘권삼득제’, 또는 걸음걸이에서 따온 ‘덜렁제’, 가마꾼 소리에서 비롯한 ‘권마성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더늠은 무엇일까?

설렁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바로 ‘더늠’입니다.
더늠이란 소리꾼이 창의적으로 새로 짠 소리의 대목을 말합니다.
즉, 원래 정해진 사설에 없는 부분을 자기만의 해석과 예술성으로 만들어 넣은 것이죠.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서는 더늠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신묘불가측필단(神妙不可測筆端)” — 붓끝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신기하고 오묘한 소리.
이처럼 더늠은 단순한 ‘추가’가 아니라, 창작이자 예술의 정수입니다.

판소리를 풍성하게 만든 더늠의 힘

지금 우리가 접하는 판소리 중 많은 부분은 소리꾼들의 더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만약 더늠이 없다면, 판소리는 원래 대본(사설)만 반복되는 단조로운 공연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리꾼들은 청중의 반응을 살피며 새로운 대목을 만들고, 이 더늠은 암묵적으로 인정받아 전해졌습니다. 그 제자들은 다시 자신만의 더늠을 만들었고, 이런 식으로 판소리는 예술성과 다양성을 확장해 온 것이죠.

흥보가의 대목 중 하나인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은 설렁제 창법이 잘 드러난 대표적인 더늠입니다.
이 대목은 권삼득 명창이 만든 것으로, 리듬감 있고 씩씩한 소리로 유명합니다. 소리꾼의 호흡과 리듬, 강약 조절을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전통 속의 새로움, 더늠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전해지는 과정을 통해 살아 숨 쉬는 것이죠. 판소리의 역사 속에서 더늠은 바로 이 전통의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그 중심에는 늘 소리꾼의 창의력과 청중과의 소통, 그리고 끊임없는 예술적 탐구가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판소리 한 자락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더늠이 만들어낸 울림을 통해, 우리 전통예술의 깊이를 새롭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평양감사 환연도> 모흥갑의 판소리 연희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