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정서를 담은 '북'

안녕하세요. 씽귤입니다.
공동체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은 둥근 나무통에 가죽을 씌워 만든 타악기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膜鳴樂器)에 속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청동기 이전 목축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은 단순한 리듬 악기를 넘어, 제례, 군사, 농경, 무속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고대에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도구로 여겨졌으며, 제사나 축제, 군대의 행진 등 집단적 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북은 기본적으로 울림통과 가죽, 고정 장치로 구성됩니다. 울림통은 오동나무, 소나무, 미루나무 등으로 제작되며, 전통적으로는 통나무를 파내는 방식, 현대에는 나무판 조립 방식도 사용됩니다. 가죽은 소가죽이나 말가죽을 사용하며, 가죽의 팽팽함이 소리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제작 과정목재 선별 → 통 제작 → 가죽 다루기 → 조이기 → 장식하기의 순으로 진행되며, 한지, 면포, 채색, 문양 등 다양한 보완재도 더해집니다.

북은 울림통의 재료, 형태, 크기, 용도에 따라 다양한 이름과 종류로 나뉩니다. 대표적으로는 술통 모양의 ‘북류’, 모래시계형 ‘장구류’, 작은 원형 ‘소고류’ 등이 있습니다. 궁중에서 사용된 북은 문헌에 기록된 명칭과 규격을 유지하며, 민간에서는 지역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이름과 형태로 불립니다. 2022년 기준, 국악 사전류에 등재된 북의 명칭만 70여 종, 실제 사용되는 이름은 100종이 넘습니다. 대북, 중북, 소북, 사물북, 풍물북, 판소리북 등이 널리 알려진 대표적 북입니다.

북은 북채나 손을 이용해 복판, 모서리, 북통을 두드려 연주합니다. 연주 방식은 ‘외북’(어깨에 메고 연주), ‘쌍북’(허리와 어깨에 고정하여 양손 연주) 등 다양하며, 지역과 용도에 따라 방식이 달라집니다. 북은 국악 합주에서 장단과 리듬을 이끄는 중심 악기로 기능하며, 제례, 불교, 무속 등의 의례음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판소리에서는 고수가 북으로 장단을 주도하고, 풍물놀이·북춤에서는 무용과 결합된 역동적 표현이 이뤄집니다.

북은 지역에 따라 형태, 연주법, 음악적 기능이 다르게 전개되었습니다. 경상도는 북이 크고 북가락이 발달했으며, 전라도는 장구가 발달해 북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보조적입니다. 특히 전남 진도는 북춤으로 유명하며, 양손에 북채를 들고 추는 북춤은 예술성과 상징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북은 단순한 악기를 넘어 공동체의 기운과 의지를 모으는 상징이며, 한국 음악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핵심 타악기로서 오늘날까지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