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백년은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민요로, 인생의 애환과 한(恨)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라는 후렴에서 제목이 유래되었으며, 강원도의 긴아라리, 자진아라리, 정선아리랑 등에서 파생되어 전해졌습니다.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명창뿐 아니라 조용필 같은 대중가수도 이 곡을 불러 널리 알려졌습니다. 소박하지만 강한 정서를 품은 이 노래는, 전통 민요의 뿌리를 간직하면서도 시대를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메나리토리와 장단의 조화
한오백년은 동부 지역 민요의 선법인 메나리토리를 따릅니다. 미, 솔, 라, 도, 레로 구성된 5음음계는 한스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극대화합니다. 이 노래는 느린 중모리장단이나 세마치장단으로 불리며, 장단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형식은 ‘메기고 받는’ 구조로, 높은 음역의 본마루(메기는 소리)와 낮은 음역의 후렴(받는 소리)의 대비가 곡에 깊이를 더합니다. 이 음역의 대조는 한과 체념, 희망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과 정서를 담은 민요
한오백년은 이별, 청춘의 상처, 세상에 대한 회한, 그리고 그리움을 주제로 합니다.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여인들의 인생 경험과 정서를 고스란히 녹여냅니다. 후렴구인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는 삶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한국인의 인내심과 체념, 그리고 가늘게 이어지는 희망의 끈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노래는 단지 슬픔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과 흥이 공존하는 한국 민중 정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입니다.
현대적 수용과 대중화
전통 민요인 한오백년은 대중가요로도 편곡되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조용필이 부른 버전은 원곡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민요가 특정 지역의 문화에서 벗어나 전국적 정서로 확장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대중화의 역할이 컸습니다. 교육 현장, 국악 공연,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자주 소개되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민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처럼 한오백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노래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한오백년 가사 전문
(후렴)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고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1절)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2절)
백사장 세모래밭에 칠성단을 뫼우고
임 생겨 달라고 비나이다
(3절)
청춘에 짓밟힌 애끓는 사랑
눈물을 흘리며 어디로 가나
(4절)
한 많은 이 세상 냉정한 세상
동정심 없어서 나는 못 살겠네
(5절)
꽃답던 내 청춘 절로 늙어
남은 반생을 어느 곳에다 뜻 붙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