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 맑은 소리로 우리 음악의 중심을 지키는 악기, 편종(編鐘)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편종, 그 이름의 뜻은?
'편종'의 편(編)은 '엮을 편'이라는 한자를 씁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편종은 여러 개의 종을 한 틀에 엮어 매달아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일반적으로 16개의 종이 위아래 두 단에 나뉘어 매달려 있지요. 이 종들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과거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력을 담고 있는 보물과도 같습니다.
같은 크기의 종이 어떻게 다른 음을 낼까?
편종의 가장 신기한 점 중 하나는 바로 모든 종의 크기가 같다는 것입니다. 크기가 같다면 같은 소리가 나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 음을 낼 수 있을까요? 바로 두께의 차이 때문입니다.
종의 두께를 달리하여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방식은 조선 세종 시대에 악기 제작 전문가 박연의 건의로 채택된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종의 크기를 달리하는 방식보다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음률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이처럼 편종은 작은 두께의 차이로 황종부터 청협종에 이르는 넓은 음역을 표현하며, 각기 다른 소리를 냅니다.
편종은 언제 연주되었나요?
편종은 아악(雅樂)의 대표적인 악기로, 1116년 송나라로부터 들어와 고려의 궁중 음악에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악은 주로 국가의 중요한 의례, 특히 제례(祭禮) 음악에 사용되었죠.
조선 시대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을 비롯하여 문묘제례악, 그리고 <여민락만>과 같이 왕의 행차에 사용되던 속악(俗樂)에도 편성되어 연주되었습니다. 이처럼 편종은 장엄한 의례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궁중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편종의 제작 과정은 왜 어려웠을까?
편종의 종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여 만듭니다. 그 당시의 기술로 구리와 주석의 배합 비율을 정확히 맞추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고 해요. 또한, 일정한 두께를 내기 위해 거푸집과 '중자'를 정교하게 제작하고, 쇠물을 부어 식힌 뒤 정확한 음을 조율하는 모든 과정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종을 매다는 나무 틀인 '가자'를 제작하고 화려한 장식을 더하는 작업 역시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편종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당시 국가의 재정적 여건, 정교한 기술력, 그리고 음률에 밝은 예술적 감각이 모두 결합되어야만 만들 수 있는 귀한 악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편종은 왕조의 위엄과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웅장하고 맑은 소리 속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와 예술혼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