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를 좋아하거나, 한 번쯤 “서편제”라는 영화를 들어보신 분이라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서편제? 그럼 동편제, 중고제도 있나?”
맞습니다. 판소리에는 지역과 소리 스타일에 따라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라는 세 갈래가 존재합니다.
오늘은 그 차이와 매력을 풀어드릴게요.
1. ‘제(制)’란 무엇인가?
전통사회에서 판소리의 지역별 유파를 구분하는 용어가 바로 ‘제’입니다.
섬진강을 기준으로 지역이 나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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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 : 섬진강 동쪽 — 남원, 순창, 구례,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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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 섬진강 서쪽 — 나주, 광주, 담양, 화순, 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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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 충청도와 경기 이남 일부
즉, ‘서편제’라는 말은 ‘서쪽 지역의 판소리’라는 뜻이고, ‘동편제’는 ‘동쪽 지역의 판소리’를 뜻합니다.
2. 왜 지역마다 소리가 다를까?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음악의 유통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은 고유한 음악적 색채를 형성하게 되었죠.
판소리 역시 그 지역의 음악인들이 지역 특유의 감성과 발성을 더해가며, 세 갈래가 만들어졌습니다.
3. 명창들이 만든 전통
판소리는 구전(口傳), 즉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음악입니다.
그래서 작곡가나 창작자를 기록한 경우는 드물지만, 19세기 이후에는 각 유파를 완성한 명창들의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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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 : 송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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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 박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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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 염계달, 김성옥
이들은 각 갈래의 특징을 정립하며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4. 세 갈래의 소리 특징
갈래 | 특징 | 발성·기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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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 | 꿋꿋하고 힘찬 소리 | 두껍고 무겁게, 끝을 짧게 끊음, 기교 적음 |
서편제 | 애절하고 감성적인 소리 | 끝을 길게 늘림, 기교 풍부 |
중고제 | 담백하고 절제된 소리 | 과장 없이 담담, 비동비서(東도 西도 아님) |
동편제는 강직함, 서편제는 감성, 중고제는 담백함이 핵심입니다.5. 서로 다른 매력, 하나의 예술
동편제·서편제·중고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서로를 자극하며 발전했습니다.
그 결과 판소리는 당대 최고의 종합 예술로 자리매김했죠.
같은 판소리라도 제(制)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 이제 아시겠죠?
다음에 판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이건 동편제 스타일이네” 혹은 “서편제 감성이네” 하고 구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