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리를 내고, 박자를 맞추며,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행위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적 활동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고대 조상들이 남긴 여러 유물과 유적을 통해 당시 음악 활동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와 음악적 장면
우리나라에서 음악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경상북도 울산시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입니다. 신석기 말기에서 청동기 초기(약 기원전 6000년~기원전 1000년경)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래 사냥 장면을 포함해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줍니다.
암각화에는 호랑이, 멧돼지, 사슴, 토끼 등 육상 동물과 함께 고래, 물고기 등 해양 동물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활동 중에는 팔을 벌리고 뛰는 모습, 탈을 쓴 듯한 인물상, 집단 사냥 장면 등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생활 기록을 넘어 의례와 춤, 집단 행위를 반영한 것으로 학계는 해석합니다.
따라서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 고대 음악과 무용의 기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료로 평가됩니다.
새의 뼈로 만든 피리
직접적인 악기 유물도 발견되었습니다.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 서포항 유적에서 출토된 뼈피리(骨笛)는 기원전 2000년경 제작된 것으로, 한반도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악기입니다.
이 피리는 길이 약 17cm, 지름 약 1cm의 새 다리뼈(대형 조류의 척골)를 가공하여 제작되었으며, 7개의 지공(指孔,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구조상 단순한 소리 발생 도구가 아니라 음계 조절이 가능한 악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발굴 당시의 상태와 고대 연주법이 전해지지 않아, 실제 음역과 음색은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타악기와 현악기의 흔적
전라남도 광주의 신석기 유적에서는 나무 타악기가 출토되었습니다. 나무 막대 윗부분에 톱니 모양을 새겨 긁어서 소리를 내는 구조로, 단순하지만 리듬 표현이 가능한 악기였습니다.
또한 같은 유적에서는 현악기 유물도 발견되었습니다. 나무 재질의 악기로, 줄을 고정하기 위한 작은 구멍이 10개가 나 있어 줄악기의 원시적 형태로 보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한반도 현악기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현악기는 경상북도 경산시의 고분과 대전 월평동 유적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월평동 유적에서는 줄이 8개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현악기가 출토되었습니다. 이로써 한반도에서 줄악기가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음악의 기능
고대 사회에서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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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 기능: 사냥의 성공, 풍요, 집단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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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능: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고, 축제와 제례에서 공동체 의식을 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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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 기능: 멀리 떨어진 집단 간 연락, 전쟁 시 군사적 신호 전달
이러한 기능은 세계 여러 지역의 원시 음악과도 유사하며, 한국 고대 음악도 동일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반구대 암각화, 새 다리뼈 피리, 나무 타악기와 현악기 유물들은 한국의 음악이 수천 년 전부터 이미 의례·사회·실용의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증명합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유물은 제한적이지만, 그 안에는 고대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 음악사의 기원을 추적하는 데 있어 이들 유물은 단순한 고고학적 증거를 넘어, 우리 문화 정체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